남자들에게 감히 말해주고 싶다.

너네, 소개팅 나가서 좀 제대로 좀 해, 라고.

얼마 전 L은 소개팅을 나갔다. 평소 소개팅을 즐겨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나이 서른 먹고, 변변한 이성 친구도 없고, 집에서는 시집 가라고 성화니, 나름 가벼운 마음으로 그래, 저녁이나 먹고, 정 그래도, 뭐 친구나 오빠 만들면 되지, 하며 애써 내키지 않는 소개팅을 합리화 하며 나갔다.

아뿔싸, 역시나 소개팅은 소개팅일 뿐인 걸까? 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소개팅으로 결혼까지 할 수 있었던 거지? 찍어 바른 화장품과 콘텍트렌즈, 그리고 교통비가 아까울 뿐이었다.

상대의 남자는 일단, 자신보다 2살이 많다고는 했지만, 적어도 10살 이상은 많아 보였다. 그래, 외모가 다는 아니지. 머리 숱 좀 없고, 목도 좀 없고, 목소리 좀 깨면 어때? 인성이 착해야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장 기본적인 매너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자신 이야기만 했다. 소개팅을 주도해야겠다는 강박증과 첫 자리의 어색함 때문인지, 점점 그의 이야기는 산으로 가고 있었다. L이 중간 중간 화제를 돌려보려고 하고, 나름 맞장구를 치는 말을 건네도, 그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계속해서 나오는 대로 말만 했다. 딱히 할 말도 없던 차에, 애써 네, 네, 미소를 보냈지만, 그 자리는 여간 지루한 게 아니었다. 어서 빨리 집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반사적으로 네, 네, 억지 웃음만 짓고 있는 것도 우스웠다.

실컷 떠들더니, “너무 내 이야기만 했나?”하더니 10초의 틈을 참지 못하고 또 다시 자기 이야기만 했다. 이야기의 주제는 도통 L이 관심도 없고, 알 수도 없는, 남자 회사, 또 업무에 관한 이야기와, 스포츠 이야기뿐이었다.

공통 화제라고는 상대가 건넨 “커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뿐이었다.

“네, 좋아하죠. 아메리카노 위주로 먹어요. 카페인 때문에 많이는 못 먹지만요. 커피 좋아하시나 봐요?”

“네, 전 하루에 열 잔도 더 먹어요. 입 맛이 싸구려라, 이런데 와서 원두 커피 같은 건 돈 아까워서 안 먹고요, 커피 믹스만 열 잔 으흐흐.”

“아 네……”

이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꼬리를 잡아챈 남자는 또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미칠 지경이었다. 졸려서.

그렇게 장작 네 시간의 소개팅을 마치고 돌아온 L은 영문 모를 기분에 사로잡혔다. 우울함도 아니고 분노도 아니고, 짜증도 아니었지만, 뭔가 다운되는 기분에 개운치 못한 찝찝함. 형용하기엔 어려워도, 소개팅에 나가 별 소득이 없었던 남녀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당분간 소개팅은 절대 나가지 않겠노라고. 차라리, 사람이 많은 어느 모임을 나가거나, 회사 내에 치근덕대는 김대리와 저녁 반주나 함께 하는 것이 차라리 백 번 낫겠다고.

짝, 이라는 프로그램 “모태솔로”편이 방영이 된 이후에 대부분의 댓글은 “다 솔로인 이유가 있는 거야.”였다. 그렇다. 소개팅에 나가서도 그 나이 되도록 연애를 하지 않고 있거나, 못하고 있거나, 또 다른 연애를 시작을 하지 못하는 것에는 분명 명백한 이유가 있다. 소개팅 남은 나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남자는 L이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개팅 자리에서의 센스와 눈치 부족으로 아마 그들의 만남은 두 번 다시 이어지지 않을 것은 분명했다.

남자야, 대체 왜 그러냐고? 적어도 소개팅 잘하는 법 정도 검색이라도 하고 나가면 안되겠니? 응?

공통화제를 찾아라

가장 기본 아니던가? 서로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보자. 가족 관계라든가, 좋아하는 영화, 음악, 혹은 스포츠, 그 어느 것 중에라도 공통된 주제가 발견되면 그것을 토대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좋다. 단, 직장 이야기는 같은 업계라도 삼가는 것이 좋다. 직장사 이야기를 굳이 황금 주말에, 소개팅 상대, 이성과 피곤하고 짜증나는 일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그것이 설마, 꽤나 공감 같은 공통 화제일지라도 첫 자리에서는 피해주는 것이 센스 중의 센스!

귀 기울이고 웃어주어라.

이 또한 기본 중 기본 아니던가? 남자도 여자도 긴장되어 있기는 마찬 가지이다. 그렇다고, 입에서 나오는 말대로 주절주절 횡설수설 거리면 곤란하다. 일단은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볼 것. 자신이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더라도, 중간 중간 상대에게 질문을 하면서, 함께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상대 이야기에 대한 리액션은 미소와 웃음이면 충분하다.

눈을 맞춰라.

마음에 드는 이성일수록 눈맞춤은 중요하다. 그래야 상대의 마음도 알 수 있고, 분위기를 주도하기에 용이할 것이다. 자주 눈을 맞추면서, 꼭 어떠한 말을 하지 않더라도, 어색함을 느끼기 보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 상대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름을 자주 부르고 칭찬하라.

소개팅에서 상대에게 어필하고 싶다면, 이 방법부터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상대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 그러면서 소소한 것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말 것. “oo씨는 손이 참 예쁘시네요.” “오늘 핑크 색이 참 잘 어울리세요.” “피부가 참 고우시네요.” 등등. 칭찬만큼을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고 상대의 경계를 풀게 하는 것도 없으니.

잘 들어갔는지, 꼭 확인할 것.

이거 다들 하지 않나요? 라고 반문한다면, 일단 기본은 되어 있다. 그렇지만 의외로 헤어지고 난 뒤,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연락하지 않았다 한들 무엇이 문제겠냐 마는, 한번이라도 더 만나고 싶은 상대였다면, 다음날 카톡이나 문자로 띡 어제 잘 들어갔나요? 보다는, 헤어지고 난 뒤 잠자리 들기 전, 잘 들어갔나요? 정도가 훨씬 성의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