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ning

이 글은 약간의 여성 비하적 내용이 담겨 있을 수 있으니 물론 그런 일 없겠지만 여성분들이 이곳에 혹시라도 계시다면 나가주십시요.

성탄절을 앞두고 지금까지 한 번도 해온 적 없던 '여자친구 만들기' 작전에 돌입한 지 한달 째
지난 주 저는 여자 후배로부터 소개팅을 부탁했고

"오빠보다 한 살 많은데 예뻐요."
나의 귓속에서 울리던 말 한마디
예뻐요
예뻐요
예뻐요
예뻐요
예뻐요
예뻐요


그 말을 듣고서는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 여성분과 하겠다고 했고
저번주 일요일 저는 그녀와 소개팅을 가졌습니다.

저으 스펙

나이 : 마늠
직업 : 백수 (취직 준비..?)
재정 : 궁핍 (부모 도움없이 예전에 벌어 놓은 돈으로 먹고 사는 중)
학벌 : 그닥
차량 : Leg

저의 스펙은 처참합니다. 제가 자신의 스펙을 써보긴 처음인 것 같은데 참 쓰고도 부끄럽군요. 저 스펙으로 소개팅을 구한다는 것 자체가 양심불량이라고 생각될 정도네요.

아무튼 일요일 날 저는 조금 일찍 나와 지하철 역에서 그녀를 기다렸습니다.
번잡한 지하철 역사내에서 지나가는 여성들을 보며
'저 정도만 나왔으면..'
그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지나가는 젊은 여성분들이 정말 다 예쁘더군요. 두 명중 한 명 꼴로 맘에 들 정도였습니다.
그녀가 약속 장소에 도착 할 시간이 다가올 무렵
저는 머리 속에 온통 이 생각 뿐이었습니다.

'오크만 아니면 된다.'
'오크만 아니면 된다.'
'오크만 아니면 된다.'

이윽고 전 그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집에 가고 싶다!!!"

"나를 집에 보내 주세요 흐규흐규

"저는 평생을 착하게 살아 왔습니다..."

"만약 죄가 있다면 여친을 갖고 싶은 마음을 품은 것입니다..."

"평소에 길 잃은 고양이에게 먹이도 주는 착한 사람입니다..."

"주여 저를 버리지 마소서..."

5년은 더 나이들어 보이는 누리끼리한 주름진 피부
짙은 눈썹
유비 귀
사각 턱
못생긴 코
몰린 눈

그녀의 첫인상은 그냥 '못 생겼다.' 였습니다
아니 '못 생겨도 너~~~무 못생겼다' 였습니다.

대체 후배가 어디가 예쁘다는 건지 밥 먹는 동안 유심히 얼굴을 관찰해 봤는데
정말 예쁜 곳이 객관적으로 한 군데도 없더군요...

4만원이 넘는 카드 전표를 보는 순간 참 가슴이 먹먹하더군요. 울고 싶었어요. ㅠ
대화를 나눠 보니 성격은 괜찬은 것 같았습니다.
허나 그녀가 피자를 손으로 우걱우걱 먹는 것을 보았을 때는 저도 10분간 고민을 했죠.
'나도 같이 손으로? 혼자 그냥 잘라 먹을까?'
결국에 같이 손으로
'우걱우걱' '그래 우린 먹을려고 만난 거야' '전투 식사하는 거지 뭐' '나는 먹기 위해 산다.'

피자를 먹고 파스타를 먹으니까 한 시간 정도 지나가더군요.
그리고 삼십 분간 정말 열심히 대화를 나눴습니다.

제가 평소에는 여자사람이랑 말을 참 재미있게 잘 하는 편인데 정말 아닌 처자랑 1:1로 같이 있으니까
말하기 조차 싫어지고 그냥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떡합니까 후배 면목도 있고
그녀한테 싫은 티 내기도 싫어서 억지로 대화 끌고 가다가

차 마시러 갔습니다.
차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저랑 성격도 정말 다르고 생각도 많이 다르더군요.
아니어도 너무 아니란 생각에 대충 대화감이 떨어지자 친구 만난단 핑계로 집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후배한테 전화했더니 들은 충격적인 말

'오빠~~ 그 언니가 아까워~~ 오빠한테는'

요새 소개팅 몇 번 해보니 현실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외모는 괜찮다는 말은 많이 듣지만)직업과 차량이 없는 남자는 정말로 사람으로 안 봐주는 듯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제가 여자로 태어났어도 차는 몰라도 직업 없는 남자랑은 만나기 싫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일련의 사건을 통해 느낀 것은 소개팅은 반드시 동성 친구에게 받자, 이성에게 소개 받을 경우는 사진을 꼭 확인할 것
이제 마지막으로 소개팅 딱 한번 더 해보고 저의 '여자친구 만들기' 프로젝트는 폐기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솔로레타리아 형제님들 부디 성탄절 전에 좋은 사람 만나시길 바랍니다.